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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원리

first principles

제일원리는 더 이상 다른 것에서 이끌어낼 수 없어 논증의 출발점이 되는 명제이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증명의 무한 후퇴를 막으려면 증명되지 않는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성숙도 새순

용어와 역어

경쟁 역어: 제1원리, 근본원리, 원리로부터 사고

그리스어 archē의 역어다. '기본 원칙'으로 옮기면 중요한 규칙이라는 일상적 뜻으로 읽혀 더 환원되지 않는다는 핵심이 빠진다. 실무에서 쓰는 'first principles thinking'은 '원리로부터 다시 세우기'에 가깝다.

관련 개념

  • 관련 반증가능성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와 무엇이 그 출발점을 무너뜨리느냐는 다른 물음이다. 확실한 기초를 찾으려는 기획과 기초를 시험에 거는 기획이 여기서 갈린다.
  • 관련 제한된 합리성모든 것을 원리부터 다시 세우는 일에는 비용이 든다. 만족화는 대개 남의 결론을 빌려 쓰는 편이 싸다는 계산이다.
  • 관련 양화공리에서 정리를 이끄는 형식을 논리가 감당하게 된 뒤에야 출발점을 명시적으로 적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 문서를 가리키는 글 1개
  • 관련 양화공리에서 정리를 이끄는 형식이 논리로 정비된 뒤에야 무엇이 출발점이고 무엇이 도출인지 문장 안에서 갈라 적을 수 있게 된다.

증명은 어디서 멈추는가. 어떤 주장을 다른 주장으로 뒷받침하고 그것을 또 다른 주장으로 뒷받침하면 세 갈래밖에 없다. 끝없이 이어지거나, 돌아서 자기를 근거로 삼거나, 어딘가에서 멈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셋째를 택한다. 증명되지 않지만 더 확실한 출발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아르케다.

데카르트는 같은 구조를 개인의 인식에 옮긴다.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을 전부 치우고 남는 것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가 찾은 바닥은 의심하는 동안에도 의심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방법은 회의였지만 목적은 회의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첫 벽돌이었다.

형식은 공리계다. 출발점을 목록으로 적고, 그 뒤의 모든 주장을 규칙에 따라 그것에서 이끌어낸다. 이 형식이 실제로 쓸 만해진 것은 양화를 다루는 논리가 정비된 뒤다. 그 전에는 무엇이 출발점이고 무엇이 도출인지 문장 안에서 갈라 적을 방법이 없었다.

실무판 과제는 값을 뜯는 문제로 나타난다. 배터리 팩이 왜 비싼지 물으면 대개 지금까지 비쌌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원리로 내려가면 질문이 달라진다. 이 팩을 이루는 금속들을 시장에서 원소 단위로 사면 얼마인가.

주장은 두 겹이다. 첫째, 정당화의 사슬은 유한하므로 증명되지 않는 출발점이 반드시 있다. 둘째, 그 출발점이 무엇인지 적어두면 사슬의 나머지를 검사할 수 있다.

실무에서 이 말이 쓰일 때 뜻은 조금 옮겨간다. 철학적 확실성이 아니라 유추의 사슬을 끊는 일을 가리킨다. 남들이 도달한 결론을 출발점으로 삼는 대신 그 결론이 딛고 선 물리와 비용으로 내려간다. 관행을 출발점으로 쓰면 관행이 틀렸을 때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값은 비용이다. 모든 것을 원리부터 다시 세우면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판단에서 우리는 남의 결론을 빌려 쓰고, 제한된 합리성이 보인 대로 그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늘 쓰는 도구가 아니라 유추가 배신했을 때 꺼내는 도구다. 관행이 설명하지 못하는 숫자가 나왔을 때, 모두가 같은 이유로 같은 답을 낼 때가 그때다.

더 깊은 한계는 출발점 자체의 지위다. 기초는 증명되지 않으므로 확실해 보일 뿐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 반증가능성은 여기서 방향을 뒤집는다.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찾는 대신 어떤 관찰이 그 기초를 무너뜨리는지 적어두라고 요구한다. 두 기획은 같은 자리에서 갈라지며, 원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보증되지는 않는다.

참고문헌

  1. Aristotle. Analytica Posteriora. Book I, 71b-72b
  2. René Descartes (1637). Discours de la méthode. Ian Maire, Leiden
  3. Elon Musk (2013). The Mind Behind Tesla, SpaceX, SolarCity (TED interview). TED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