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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의 계보

genealogies of calculation

계산의 계보는 회계 절차를 하나의 발전 과정으로 읽지 않고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문제를 풀려고 생긴 계보들이 겹쳐 굳은 퇴적층으로 읽는 방법이며, 한 절차가 지금 수행하는 기능과 그것이 원래 풀던 문제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성숙도 상록

용어와 역어

경쟁 역어: 회계 계보학

genealogy는 혈통을 뜻하는 '계보'와 방법을 뜻하는 '계보학'으로 갈린다. 여기서는 푸코를 거쳐 온 방법 쪽이므로 '계보'로 고정하고, 발전 서사를 전제하는 '회계사(史)'와 구분한다.

관련 개념

  • 관련 복식부기복식부기는 사무실 절차의 유일한 조상처럼 보이지만 여러 계보 중 하나다. 자금일보도 세금계산서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다.
  • 관련 계정계정과목 하나하나에 어느 계보가 그것을 요구했는지 물으면, 손익 계산용과 신고용과 통제용이 갈라져 나온다.
  • 관련 적합성 상실원가와 예산과 성과지표는 공장에서 온 별개의 계보다. 그것이 재무보고에 종속되며 꺾인 지점을 다룬다.
  • 관련 수탁책임감사 실무의 조상은 부기가 아니라 주인과 청지기의 관계다. 증거와 표본이라는 발상이 거기서 온다.
  • 관련 제3자 정보보고회사 장부의 상당 부분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회사를 징수 지점으로 삼은 결과다.
  • 관련 경로의존성계보를 알아내도 절차가 왜 안 죽는지는 따로 설명해야 한다. 고착이 그 설명이다.
  • 관련 REA 회계 모델REA는 전표와 원장을 원본이 아니라 파생으로 돌린다. 무엇이 파생인지 알려면 그것이 어느 시대의 제약에서 나왔는지부터 봐야 한다.
  • 관련 경제학의 수행성계산 장치는 이미 있는 것을 재는 데 그치지 않고 잴 수 있는 대상을 만든다. 계보를 보면 그 만들어짐의 시점이 드러난다.
이 문서를 가리키는 글 7개
  • 관련 레버리지 포인트어떤 절차가 어느 계보의 요구인지 이름 붙이는 일은 규칙 층이 아니라 패러다임 층의 개입이다.
  • 관련 직업면허어떤 절차를 밖에 못 맡기는 이유가 회계 논리인지 면허인지는 계보를 물어야 갈린다.
  • 관련 경로의존성계보를 알아도 절차가 왜 안 죽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다. 그 설명이 이것이다.
  • 관련 규제 차익위탁 계약서와 산정 근거 문서는 회계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규제가 요구한 것이다. 국가 계보에 속한다.
  • 확장 적합성 상실원가와 예산은 상인 계보의 후손이 아니다. 공장과 철도에서 따로 생긴 계보이며, 이 개념은 그 계보가 언제 꺾였는지를 짚는다.
  • 확장 수탁책임감사 실무의 조상은 상인 부기가 아니라 주인과 청지기 사이의 관계다. 이 개념이 그 계보의 뿌리다.
  • 확장 제3자 정보보고국가 계보가 왜 회사에 기록 의무를 지우는지를 설명한다. 회사의 장부 절반은 회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재무팀 절차가 왜 지금 모양인지 물으면 대개 발전으로 답한다. 주먹구구에서 시작해 복식부기가 들어오고 전산화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밀러와 네이피어는 이 서사를 거부한다. 계보는 한 뿌리에서 뻗은 나무가 아니라, 다른 시기 다른 곳에서 생긴 것들이 한자리에 겹쳐 굳은 퇴적층에 가깝다. 홉우드가 앞서 지적한 대로 회계 시스템의 부품 상당수는 회계 밖에서 들어왔다. 원가계산은 공학과 노무관리에서 왔고 예산은 국가 재정에서 왔다. 그래서 물음이 바뀐다. 이 절차가 무엇으로 발전했나가 아니라, 애초에 무엇을 풀려고 생겼나가 된다.

계보를 세려면 먼저 자르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셋을 모두 만족할 때만 별개로 센다. 다른 시대 다른 곳에서 독립적으로 생겼고, 다른 문제를 풀려고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그 논리가 다른 규칙을 강제한다. 이 기준으로 한국 사무실 하나를 훑으면 아홉이 나온다.

상인 계보에서 전표가 온다. 장부 한 권에 여럿이 동시에 못 적어서 분개장의 한 줄을 낱장으로 뜯어낸 것이다. 은행 계보에서 자금일보가 온다. 어음을 만기일 안에 못 막으면 그날로 부도였고, 그래서 월보가 아니라 일보다. 국가 계보에서 세금계산서가 온다. 손익을 재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 매입세액을 공제받으려고 만든 물건이다. 관료제 계보에서 결재 도장이 온다. 직무 분리가 요구하는 승인은 보통 둘이면 끝나고 나머지는 품의제의 흔적이다. 공장 계보에서 원가와 예산과 성과지표가 온다. 조상이 상인이 아니라 철도와 제철소의 엔지니어다. 감사 계보에서 결산일정표와 조서와 실사가 온다. 전수가 아니라 표본으로 판단한다는 발상은 부기에 없다. 복지국가 계보에서 사회보험 신고가 온다. 원천징수가 전시 재정에서 왔다면 이쪽 조상은 비스마르크다. 법무 계보에서 인감과 등기와 이사회 결의가 온다. 동아시아 날인주의는 영미 서명주의와 다른 갈래다. 전산 계보에서 월 단위 마감과 계정 코드 체계가 온다. 회계 원칙으로 믿는 것 중 일부는 배치 처리의 유물이다.

앞의 넷은 매달 같은 사람 손을 거치며 서로를 밀어낸다. 시간축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계는 기간으로 끊고, 자금은 하루로 끊고, 세무는 법정 기한이라는 고정된 날짜로 끊고, 결재는 사안이 올라와야 시작된다. 월말에 사무실이 터지는 것은 사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네 개의 시계가 그때 한 번 겹치기 때문이다. 불일치가 나는 자리도 대개 계보의 이음매다. 회계 숫자와 세무 숫자가 다른 것은 오류가 아니라 두 계보가 다른 규칙을 쓴다는 뜻이고, 손익이 흑자인데 통장이 비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달 경로도 계보에 들어간다. 한국 실무가 쓰는 말은 원장, 분개, 대체, 잔고, 결산으로 전부 일본어 한자어다. 1873년 후쿠자와 유키치가 미국 부기 교과서를 『帳合之法』으로 옮기며 차변과 대변을 만들었고, 그 번역어와 장부 양식이 식민지기를 거쳐 그대로 들어왔다. 논리만 건너온 것이 아니라 양식이 같이 건너왔다는 점이 중요한데, 양식은 논리보다 오래 남기 때문이다.

밀러와 오리어리는 한 걸음 더 간다. 계산 장치는 활동을 재기만 하지 않고 잴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 표준원가와 예산이 퍼지면서 노동자는 차이로 설명되는 존재가 되었고, 관리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때 생겼다는 주장이다. 사무실에서 이것은 계정과목 목록이 조금씩 조직도를 닮아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아홉이라는 수 자체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계보학의 요점이 회계에 자연적 분류 단위가 없다는 것이므로, 개수를 묻는 질문은 이 방법이 원래 거부하는 형태에 가깝다. 계보는 종이 아니라 절단면이고 무엇을 진단하려는지가 절단 기준을 정한다. 월말 과부하를 볼 때는 넷이면 충분하고, 데이터 모델을 설계할 때는 아홉이 필요하며, 절차 하나를 폐기할지 판단할 때는 둘로 족하다. 살아 있는 통제인가, 조상이 죽은 관행인가.

그 판단은 물음 하나로 내린다. 이것을 없애면 어떤 오류나 부정을 못 잡게 되는지 물어 답이 나오면 살아 있는 통제고,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답만 나오면 잔재다. 다만 잔재라고 판정한 것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음관리대장이 조용히 죽은 것은 누가 설득해서가 아니라 어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잔재가 죽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시스템 설계로 옮기면 이 구분이 그대로 스키마 결정이 된다. 전표와 원장과 신고서와 결재선을 각각 저장할 실체로 둘 것인지, 경제적 사건 하나를 원본으로 두고 넷을 뷰로 뽑을 것인지가 갈림길이다. 전자는 아홉 계보를 데이터 모델에 그대로 새기고, 후자는 계보를 표현 계층으로 내린다. 어느 쪽이든 먼저 할 일은 같다. 지금 있는 절차가 각각 어느 계보의 요구인지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참고문헌

  1. Peter Miller, Christopher Napier (1993). Genealogies of calculation.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18(7-8), 631-647
  2. Anthony G. Hopwood (1987). The archeology of accounting systems.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12(3), 207-234
  3. Peter Miller, Ted O'Leary (1987). Accounting and the construction of the governable person. Accounting, Organizations and Society 12(3), 235-265
  4. 福澤諭吉 (1873). 帳合之法. 初編. 慶應義塾出版局. Bryant & Stratton, Common School Book-keeping의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