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정보보고
third-party information reporting
제3자 정보보고는 국가가 납세자 본인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인 회사에게 소득과 거래를 보고하게 하는 징수 구조이며, 현대 국가가 높은 세율을 실제로 걷을 수 있는 이유를 처벌이 아니라 조직의 기록 구조에서 찾는다.
성숙도 새순
용어와 역어
경쟁 역어: 제3자 자료제출
세법 실무에서는 지급명세서 제출, 매출·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처럼 개별 제도명으로 부르고 상위 개념어가 없다. 재정학 문헌의 third-party reporting을 그대로 옮겨 '제3자 정보보고'로 쓴다.
관련 개념
재무 담당자가 하는 일의 절반은 회사를 위한 기록이 아니다. 지급명세서, 세금계산서, 원천징수영수증, 사업장 신고서는 경영 판단에 쓰이지 않는다. 왜 이 일이 회사 몫인지 회계 논리로는 답이 안 나오는데, 애초에 회계가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레벤과 공저자들이 덴마크에서 한 실험이 이 구조의 위력을 수치로 보여준다. 납세자 수만 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은 전수 조사하고 다른 쪽은 놔둔 뒤 탈루율을 비교했다. 제3자가 이미 보고한 소득의 탈루율은 0.3퍼센트였고, 본인이 스스로 적어 내는 소득의 탈루율은 37퍼센트였다. 조사 확률을 높이거나 경고 편지를 보내면 후자는 움직였지만 전자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움직일 여지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탈세를 막은 것은 적발 위험이 아니라 이미 제출된 기록이었다.
같은 저자들이 그다음에 낸 모형은 여기서 국가론을 끌어낸다. 현대 국가가 국내총생산의 삼사십 퍼센트를 실제로 걷는 데 성공한 이유는 세율도 처벌도 아니고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이 혼자 장부를 쥐면 숨기는 데 아무 비용이 안 들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거래를 각자 기록하는 조직에서는 숨기려면 전원이 담합해야 하고 그 담합은 한 명만 이탈해도 무너진다. 그래서 조세 국가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징수 지점으로 삼는다. 급여 원천징수도 사회보험료도 세금계산서도 전부 이 구조의 변형이다.
부가가치세가 가장 정교한 형태다. 매입세액을 공제받으려면 상대방이 발행한 세금계산서가 있어야 하므로, 거래 당사자 둘이 서로를 신고하게 되고 국가는 그 대조만으로 검증한다. 1977년 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증빙 문화가 폭발한 이유가 여기 있다. 영수증을 챙기라는 요구의 절반은 손익을 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제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계보를 알아보면 실무에서 두 가지가 정리된다. 하나는 왜 어떤 양식이 회계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도 바꿀 수 없는지다. 그 필드는 우리 질문에 답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출 대상이 요구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엇을 분리할 수 있는지다. 제출용 기록은 경영 판단에 거의 쓰이지 않으므로 데이터 모델에서 떼어낼 수 있고, 떼어내면 남은 쪽이 가벼워진다. 반대로 이것을 회계 원장 한가운데 섞어 두면, 신고 양식이 바뀔 때마다 원장 구조를 건드리게 된다.
참고문헌
- Henrik J. Kleven, Martin B. Knudsen, Claus T. Kreiner, Søren Pedersen, Emmanuel Saez (2011). Unwilling or Unable to Cheat? Evidence From a Tax Audit Experiment in Denmark. Econometrica 79(3), 651-692
- Henrik J. Kleven, Claus T. Kreiner, Emmanuel Saez (2016). Why Can Modern Governments Tax So Much? An Agency Model of Firms as Fiscal Intermediaries. Economica 83(330), 219-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