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수행성
performativity of economics
경제 이론은 경제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칼롱과 매켄지는 모형이 거래 장치와 업계 용어와 제도 정당화를 거쳐 시장에 스며들고, 그 뒤 시장이 모형을 닮아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성숙도 상록
용어와 역어
경쟁 역어: 수행성 테제
performative는 오스틴 역어를 따라 '수행문'과 '수행적'으로 옮기고, performativity는 '수행성'으로 적는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과 같은 단어지만 계보가 다르다 — 이쪽은 오스틴에서 칼롱으로 곧장 온다. 매켄지의 부제 'an engine, not a camera'는 '카메라가 아니라 엔진'으로 어순을 뒤집어 옮긴다. 한국어에서는 부정을 앞에 두어야 대비가 산다.
관련 개념
오스틴은 세상을 그리지 않고 세상에 보태는 문장을 수행문이라 불렀다. 칼롱은 이 착상을 경제학 전체로 옮긴다. 경제학은 경제를 관찰하는 학문이 아니라 경제를 짓는 재료라는 것이다. 매켄지의 표현으로는 카메라가 아니라 엔진이다.
사례는 블랙-숄즈 옵션 가격 모형이다. 1973년 발표 시점에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실거래가는 모형값과 눈에 띄게 어긋났다. 몇 해 뒤 그 어긋남이 줄어든다. 모형이 옳았다고 뒤늦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창안자들이 모형값을 인쇄한 표를 트레이더에게 돌렸고, 트레이더가 그 표대로 호가를 내면서 시장이 모형 쪽으로 움직였다.
스며드는 경로가 셋이다. 기술로 들어간다 — 모형이 거래 소프트웨어와 인쇄된 표에 박힌다. 언어로 들어간다 — 내재변동성 같은 이론 용어가 업계의 일상어가 된다. 정당화로 들어간다 — 도박으로 취급받던 파생상품이 경제학의 권위를 빌려 합법 시장이 된다.
반론이 이 지점을 겨눈다. 매키는 오스틴의 수행문에 관습과 권한이라는 적정조건이 붙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아무나 배를 명명하지 못한다. 매켄지 쪽 용법은 그 조건을 떼고 인과적 영향만 남겼다는 것이다. 수행성이 “영향을 준다”로 묽어지면 구분하는 힘을 잃는다.
정원 안에서 이 장은 다리다. 제도적 사실이 선언으로 만들어진다면, 지표와 모형은 그 선언을 산업 규모로 찍어내는 기계다. 좀바르트가 복식부기를 두고 한 주장이 이미 같은 형태였다. 표기법이 자본주의를 기술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좌석시간당 매출도 같은 의심을 받는다. 그 숫자는 매장을 재는 동시에, 재는 방식대로 매장을 다시 짓는다.
참고문헌
- Michel Callon (1998). The Laws of the Markets. Blackwell
- Donald MacKenzie, Yuval Millo (2003). Constructing a Market, Performing Theory: The Historical Sociology of a Financial Derivatives Exchang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09(1), 107-145
- Donald MacKenzie (2006). An Engine, Not a Camera: How Financial Models Shape Markets. MIT Press
- Uskali Mäki (2013). Performativity: Saving Austin from MacKenzie. EPSA11 Perspectives and Foundations in Philosophy of Science, Springer, 443-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