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세계
possible worlds
가능세계는 사물이 실제와 다르게 있을 수 있었던 방식 하나하나를 완결된 세계로 놓는 장치이며, 필연을 모든 세계에서의 참으로 가능을 어떤 세계에서의 참으로 바꿔 읽게 한다.
성숙도 상록
용어와 역어
경쟁 역어: 가능한 세계, 양상세계
'가능한 세계'로 띄어 쓰면 일반 형용사구로 읽힌다. 양상논리의 고유 장치이므로 붙여 쓴다. accessibility relation은 '접근가능성 관계'다.
관련 개념
“눈이 올 수도 있었다”는 무엇을 말하는가. 실제로는 오지 않았으니 이 문장이 가리킬 사실이 이 세계에는 없다. 그런데도 참으로 들린다.
가능세계는 이 자리에 세계를 하나 더 놓는다. 눈이 온 세계가 있다고 말하면 “가능하다”는 그 세계에서 참이라는 뜻이 되고, “필연적이다”는 모든 세계에서 참이라는 뜻이 된다. 양상 연산자가 세계를 훑는 양화사로 바뀐다.
크립키의 1963년 의미론은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 모든 세계가 모든 세계에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세계에서 어떤 세계가 보이는지를 정하는 접근가능성 관계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 체계가 갈라져 나온다. 관계가 반사적이면 필연적인 것은 실제로도 참이 되고, 이행적이면 필연성은 다시 필연적이 된다. 양상논리의 여러 체계가 하나의 그림 안에서 정렬된다.
남는 물음은 그 세계들이 무엇이냐다. 루이스는 문자 그대로 있다고 답했다. 우리 세계가 특별한 것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뿐이며, “실제”는 “지금”이나 “여기”처럼 말하는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가는 크다. 손댈 수도 볼 수도 없는 세계가 무한히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크립키와 스톨네이커는 반대로 답한다. 가능세계는 망원경으로 발견하는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다. “닉슨이 선거에서 졌더라면”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어느 세계의 누가 닉슨인지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냥 닉슨을 지목하고 그가 진 상황을 기술한다. 세계는 서술의 산물이지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이 갈림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든 도구는 작동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능세계는 존재론을 걸지 않고도 필연과 가능을 계산 가능한 형태로 만든다.
참고문헌
- Saul Kripke (1963). Semantical Considerations on Modal Logic. Acta Philosophica Fennica 16, 83-94
- David Lewis (1986). On the Plurality of Worlds. Blackwell
- Robert Stalnaker (1976). Possible Worlds. Noûs 10(1), 65-75